자본과 함께 잠들기

원본 언어: 🇯🇵 일본어

대학을 졸업하고 나는 자본주의의 한가운데로 뛰어들었다. 들어간 곳은 리먼 쇼크 직후 펀드였다. 당시 시장은 마치 썩은 고기를 서로 뺏고 뺏기는 곳이었다. 살아남는 것만이 목적이었고, 모두가 굶주린 짐승과 같았다.

그곳에서 노숙을 경험하고, 엔지니어로 스타트업의 세계에 뛰어들었다, 몇 개의 성공에도 관여해 왔다. 하지만 20년 가까이 지난 지금 돌이켜보면, 대학 시절과 달라진 게 하나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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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지난 20년은 기억상실증과 같았다. 숫자와 시장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려 했다. 타인의 시선 속에서 살았고, KPI와 ARR 속에서 내 가치를 측정했다. 하지만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숫자로 나를 증명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살아있기 위해, 누군가를 위해 그렇게까지 살아가기 위해 그렇게까지 누군가에게 증명할 필요가 없었다.

정말 필요했던 것은, 돈이라는 기호 밖에서, 숫자로 환산할 수 없는 강한 '자아'가 필요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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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헤드(Radiohead)의 'Packt Like Sardines in a Crushed Tin Box'라는 곡이 있다. 이 노래를 오랜만에 들었을 때, 20년이 지났는데도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때의 우리와 지금의 우리는 같은 상자 안에 뭉개져 있다.

Lyrics
After years of waiting
Nothing came
And you realize you're looking
Looking in the wrong place
I'm a reasonable man
Get off my case, get off my case

가사 속에서 반복되는 이 말은, 20년 전보다 지금이 더 와 닿는다. 효율화와 최적화의 끝에서, 우리는 다시 같은 곳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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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기억상실증에서 겨우 깨어난 것 같다. 인간은 숫자로 살아갈 수는 있지만, 숫자 속에서는 살 수 없다. 숫자로는 살 수 있지만, * 숫자로는 살 수 없다. 그리고 우리는, 내가 무엇을 원하고 있었는지를 이제야 기억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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